건담 X (새틀라이트 캐논, 디바이더, 프라모델)

건담 시리즈 중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기체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윙 제로의 트윈 버스터 라이플이나 뉴건담의 핀 판넬을 떠올리시겠지만, 저는 건담 X의 새틀라이트 캐논이야말로 진정한 파괴력의 정점이라고 봅니다. 1996년 TV 애니메이션 '기동신세기 건담 X'에 등장한 이 기체는 달의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에너지를 받아 콜로니조차 일격에 파괴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화력을 자랑하죠. 헤이세이 건담 3부작 중에서 상업적으로는 가장 실패한 작품이지만, 제게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애정이 가는 건담입니다.

새틀라이트 캐논: 달에서 에너지를 받는 궁극의 무기

건담 X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새틀라이트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달 표면의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생성한 에너지를 슈퍼 마이크로 웨이브 형태로 지구까지 전송받는 방식인데요. 쉽게 말해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발전소에서 실시간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셈입니다. 가슴에 장착된 가이 블레이저와 어깨의 에너지 쿼터가 이 마이크로웨이브를 수신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죠.

개인적으로 새틀라이트 캐논을 쓸 때 날개가 X자로 펴지는 연출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리플렉터 헤드 유닛이 전개되면서 양쪽으로 펼쳐지는 그 순간의 긴장감은 어떤 건담의 무기 발동 장면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죠. 완전 충전 시 1주일간 통상 전투가 가능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도 뛰어났습니다. 작중에서는 마이크로웨이브 수신 신호를 이용해 적을 속이는 전술까지 구사했는데, 이런 디테일한 설정이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7차 우주 전쟁 당시 연방군이 콜로니 투하 협박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이 기체는 총 3대가 제작되었는데, 주인공 가로드 란이 발견한 기체가 MP-001 번호를 달고 있었습니다. 새틀라이트 캐논 외에도 흉부의 블래스트 발칸, 초고주파 빔 샤벨, 고출력의 리플렉트 캐논 등 다양한 무장을 갖췄죠. 특히 쉴드 버스터 라이플은 방어용 실드와 공격용 라이플 기능을 겸하는 독특한 구조로, 백팩에 장착되어 새틀라이트 시스템에서 직접 에너지를 공급받았습니다.

디바이더: 새틀라이트 캐논 파괴 후 등장한 대체 장비

작중에서 새틀라이트 캐논이 파괴되는 장면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건담 X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최강 무기가 사라진 셈이니까요. 하지만 천재 소년 정비사 키드 살살 밀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디바이더(Divider)라는 새로운 장비를 개발했고, 이 기체를 건담 X 디바이더라고 부르게 됩니다. 디바이더란 '나누는 것' 또는 '분할기'를 뜻하는데, 실제로 이 장비는 빔 칼날로 적을 양단하는 용도로 사용되죠.

리플렉터 파괴로 인해 에너지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에너지 포드 2개가 추가되었고, 버니어 2개와 빔 소드 2개가 달린 대형 장비가 등 쪽에 장착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무장인 디바이더는 실드 기능과 함께 칼날형 빔을 발출하고 추진 보조용 슬러스터까지 장착되어 있어서, 사실상 플래시 시스템의 대체품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플래시 시스템이란 뉴타입 전용 무인기 원격 조종 시스템을 말하는데, 이것이 파괴되면서 기체의 전투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거든요.

새틀라이트 캐논과 함께 버스터 라이플도 파괴되어 주 무장이 빔 머신건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이 빔 머신건은 서브암의 메가빔 라이플을 원본으로 하여 출력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죠. 하이퍼 바주카도 함께 사용했고, 프라모델에는 수류탄인 X 그레이더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디바이더 형태가 오리지널보다 더 실전적이고 멋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저는 역시 날개가 X자로 펼쳐지는 오리지널 건담 X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라모델: 먹선 지옥과 내구성 문제로 얼룩진 흑역사

일반적으로 건담 프라모델은 작품의 평가와 관계없이 어느 정도 판매량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건담 X는 이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례입니다. 건프라 판매량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작품은 건담 X와 G 건담뿐인데, 두 작품 모두 완구류(토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죠(출처: 건담 전문 유튜버 분석).

1996년에 출시된 HG(High Grade) 프라모델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 먹선 지옥: 흰색 베이스의 기체 특성상 먹선을 많이 넣으면 지저분해 보이는데, 반다이는 다른 프라모델에서 먹선을 줄인 반면 건담 X는 먹선 지옥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2. 내구성 문제: 무거운 무장들을 폴리캡이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완성 후 무장을 들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이 있었습니다
  3. 가격 대비 완성도: 당시 가격치고는 파츠 분할이나 색 재현도가 떨어져 조립 후 만족도가 낮았습니다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2010년 HG AW(After War), 2014년 마스터 그레이드가 발매되면서 기술 발전 덕분에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마스터 그레이드는 품질이 상당히 좋았지만, 새틀라이트 캐논의 결합부가 약하다는 단점은 여전히 남아 있었죠. 인기 부족으로 마스터 그레이드 디바이더는 아직까지 발매되지 않았고, 프리미엄 반다이를 통해 색이 다른 빔 무기만 출시되는 상황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패착은 라이벌의 부재에 있다고 봅니다. 프로스트 형제는 악역으로써는 나쁘지 않았지만 라이벌로써의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죠. 덕분에 역대 건담 시리즈 최종화 중에서 제일 김빠지는 결말이 되어버렸습니다. 더블 X라는 후속 기체에게 존재감을 완전히 빼앗긴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윙 제로 EW에게 팀킬당한 윙 제로 오리지널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헤이세이 3부작 중 가장 히트한 윙 건담과 달리 처절하게 망한 건담 X는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건담 X를 가장 좋아합니다. 커플 유형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슈퍼로봇대전에 나올 때마다 가로드의 능력치와 상관없이 항상 에이스를 찍습니다. 다만 워낙 인기가 없다 보니 참전 횟수가 적어서 너무 슬프죠. 외적인 요소 때문에 조기 종영되긴 했지만, 모빌슈츠형 판넬을 쓰는 플래시 시스템과 상황에 따라 콜로니도 일격에 파괴하는 새틀라이트 캐논을 지녔으면서도 굉장히 심플한 디자인이라는 점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D.O.M.E 에피소드에서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끝난 결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CQQa2NQFyY 건담X, 새틀라이트캐논, 건담X디바이더, 기동신세기건담X, 가로드란, 건프라, HG건담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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