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X-78 NT-1 알렉스 (초밤아머, 성능, 디자인)
솔직히 저는 어린 시절 알렉스를 처음 봤을 때 그저 멋있어 보여서 샀습니다. 박스아트에 초밤아머를 입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기체가 실제로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기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RX-78 NT-1 알렉스는 지구 연방군이 아무로 레이를 위해 개발한 뉴타입 전용 시제기였지만, 모종의 사태로 인해 그 운명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죠.
초밤아머를 벗으면 보이는 진짜 성능
알렉스의 애칭은 'RX 형식'이나 외부 장갑인 '아머드 레이어드 미션(Armored Layered Mission)'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 기체는 우주세기 79년 8월, 아무로 레이의 반응 속도에 기존 건담이 적응하지 못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오거스타 기지에서 개발됐습니다. 재미있는 건 '뉴타입 전용'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당시 연방은 뉴타입을 제대로 정의하지도 못했다는 점입니다.
사이코뮤(Psycho-communicator)는 파일럿의 사고를 기체에 직접 전달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인데, 이건 지온이 먼저 개발한 기술이었습니다. 알렉스에는 사이코뮤 기기류가 전혀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관절부에 마그넷 코팅을 적용해 뉴타입 파일럿의 빠른 반응 속도를 기체가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했죠. 제 경험상 프라모델을 조립하면서 이 관절 구조를 보면, 왜 이 기체가 당대 최고 성능을 자랑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알렉스의 스펙은 당시로서는 경이적이었습니다. 총중량 174kg에 최고 속도는 시속 500km로, 퍼스트 건담의 세 배 이상이었습니다. 출력은 지옹을 넘어서 비욘드보다도 높았죠. 메인 슬러스터 강화와 자세 제어용 슬러스터 증설로 운동성과 기동성이 대폭 향상됐습니다. 다만 파일럿에 맞춰 반응 속도를 극도로 올린 기체라 일반인은 제대로 다루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이클롭스 대가 이 기체를 탈취하려다 NT-1의 압도적인 성능 앞에 무너졌습니다(출처: 유튜브 영상).
성능과 무장의 딜레마
알렉스의 무장 구성을 보면 고민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머리의 60mm 발칸포는 솔직히 쓸모가 거의 없었고, 초밤아머를 장착하면 원거리 공격 수단이 사실상 발칸포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이 뚜벅이는 뭐냐"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하지만 팔에 숨겨진 90mm 개틀링포는 적의 허를 찌르는 숨겨진 카드였습니다.
초기 설정상으로는 초밤아머를 입으면 이 개틀링포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연방계 기체들이 사용하는 필드 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유 공간이 생겼고, 그 덕분에 무장을 내장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캠퍼와의 전투에서 아머가 벗겨지고 난 후 3연장 개틀링포 2문을 꺼내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땐, 확실히 적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무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머를 벗고 근접 사격을 가하는 셈이니까요.
빔 라이플은 퍼스트 건담과 유사한 내부 구조에 노포크 사가 제작한 하우징으로 파마스와 닮은 외형입니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시험적으로 E-팩(에너지 팩)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실드는 극중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초밤아머 기술이 도입되어 내구성이 높고 빔 코팅이 도포되어 있습니다. 하이퍼 바주카는 모형 잡지에서 등장한 무장으로, 키트에 따라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NG 2.0이 발매되면서 완부 장갑이 열리는 방식으로 개량되었고, 실드 전개로 개틀링포 발사 기믹도 추가됐습니다.
초밤아머는 세라믹스 복합재 폭발 반응 재질의 약자로, 연방군의 풀 아머 오퍼레이션 일환으로 개발됐습니다. 나일론과 티타늄 합금을 적층한 하이브리드 아머로, 공격을 받으면 장갑이 파괴되면서 본체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강제로 퍼지(분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OVA 본편에 등장한 초밤아머는 엄밀히 말해 '조용 장갑'으로, 본래 풀아머 오퍼레이션 콘셉트와는 다릅니다. 이런 디테일 차이를 알고 나니 프라모델을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이더군요.
디자인 완성도와 설정의 변천사
알렉스를 디자인한 이즈부치 유타카는 뉴 건담으로 유명하며, 애니메이션과 완구 양쪽에서 모두 활약한 뛰어난 디자이너입니다. 그가 클린업한 기체들은 완구 퀄리티가 높으면서도 작중 이미지를 크게 해치지 않았습니다. 1988년 뉴건담 프라모델은 높은 재현도와 완성도를 보였고, 1990년 잉그램 프라모델은 일본 굿디자인 상품 디자인 부문 최초 수상작이 됐습니다. 1989년작 NT-1에도 이런 성향이 드러나, 0080 건프라 시리즈는 편차가 적고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이즈부치 유타카는 알렉스에 특히 애착이 많았습니다. 90년 OVA '꿈의 마론 우주형'에 등장하는 퍼스트 건담이 알렉스와 닮아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관절부를 이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실링 처리는 패트레이버와 유사합니다. 지금 봐도 디자인이 결코 허접하지 않고 시대를 타지 않는 명디자인이라고 봅니다. 뉴건담과 더불어 최고의 기체 중 하나죠.
알렉스는 당시 기준으로는 오파츠(시대를 앞선 물건)에 해당합니다. 코어 블록 시스템을 폐지하고 시작형 전천후 리니어 시트를 채택해 파일럿 시야가 넓어졌고, 이 기술은 건담 시작 3호기에도 도입됐습니다. 퍼스트 건담의 빔 공격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초밤아머를 장착하는 등 당대 기체에 없는 오버 테크놀로지를 다수 보유했습니다. 이런 오파츠적 특징은 당시 반다이와 선라이즈가 토미노 감독 없는 건담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해 기존 설정에 얽매이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제작 중 원작과의 설정 차이로 인해 '통합 정비 계획'이라는 설정이 추가되어 다른 기체들이 대량 생산형으로 편입됐습니다. 통합 정비 계획은 부품, 장비, 조종석 등의 규격을 통일하여 생산성과 정비성을 높이는 개념입니다. 이후 건담의 폭이 넓어지고 여러 건담들이 등장했지만, 이러한 설정이 확실히 잡힌 것은 08 소대 이후 팬들의 반발을 겪으면서였습니다. 초기에는 '네 번째 건담'으로 설정되었으나, 1989년 MMS V's 4호기와 5호기가 등장하면서 밀려났죠.
롤아웃 연도가 아무로가 건담을 탄 것보다 1개월 빠른 0079년 8월로 정해지면서, 테스트 베드로 만든 기체를 뉴타입 전용기로 만들었다는 설정이 추가됐습니다. 과거 '영상물이 정사'라는 원칙이 있었으나, 알렉스의 경우 MSV 외전이 정사가 된 대표적인 '엿가락 설정' 사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설정 변천사를 추적하는 것도 재미있더군요. 다음은 알렉스의 주요 스펙 정리입니다:
- 총중량 174kg, 최고 속도 시속 500km로 퍼스트 건담의 3배 성능
- 출력은 지옹과 비욘드를 초과하는 수준
- 관절부 마그넷 코팅으로 뉴타입급 반응 속도 지원
- 초밤아머는 나일론과 티타늄 합금을 적층한 하이브리드 아머
- 90mm 개틀링포 2문을 팔에 내장한 숨겨진 무장 구성
모두들 설정상으론 성능이 끝내준다고 하는데, 그 성능을 제대로 보여준 적 없는 비운의 기체입니다. 슈퍼로봇대전에서도 설정을 따라가지 않고 작중 활약을 따라가다 보니 정말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 못 써먹을 기체로만 등장해왔습니다. 훗날 버넘의 숲에게 넘어가 사나리가 에너하임의 기술력을 넘어서는 발판이 되었던 기체이기도 합니다. 79년 롤아웃 당시에는 오버스펙이었지만 96년 퇴물이 될 때까지 굴려진 비운의 기체죠.
제 첫 MG가 바로 이 알렉스였습니다. 뭣도 모르고 박스아트만 보고 구매했던 그 기체가 이렇게 깊은 역사와 기술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더 애착이 갑니다. 설정과 기믹이 추가되면서 단점이 해소됐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초밤아머를 장비하면 헤드 발칸 말고 원거리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본편처럼 초밤아머가 깨질 쯤이면 초접근전일 경우가 많을 텐데, 아머를 벗고 3연장 개틀링포 2문으로 근접 사격을 가하는 구성은 전술적으로도 충분히 타당하다고 봅니다. 알렉스는 이쁘기도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봐도 디자인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 명작이라는 점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mzn-e37E8E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