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뉴 건담 (벨토치카 칠드런, 디자인 논란, 극장판 미채택)
하이뉴 건담은 아무로 레이의 마지막 전용 MS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극장판 '역습의 샤아'에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체는 샤아가 직접 집필한 소설 '벨토치카 칠드런' 버전에만 나오는데요, 저는 처음 이 설정을 알았을 때 왜 이렇게 멋진 디자인이 극장판에 쓰이지 않았을까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단순히 디자인 문제가 아니라 작품 전체의 방향성과 상업적 판단이 얽힌 복잡한 사연이 있더군요.
벨토치카 칠드런이 극장판으로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
샤아의 역습 극장판 제작 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은 '벨토치카 칠드런'이라는 소설 각본을 먼저 썼습니다. 여기에는 아무로의 임신한 여자친구 벨토치카 이르마가 등장하고, 아무로는 결혼을 앞둔 상태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투자자 검토 위원회는 이 각본을 극장용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작품의 주제였습니다. 벨토치카 칠드런에서는 인간의 뉴타입 능력이 너무 강하게 묘사되어, 결과적으로 모빌슈트(MS)라는 거대 로봇 자체가 불필요해지는 이야기 구조였습니다. 쉽게 말해 인간의 초능력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방향이었죠. 토미노 감독 본인도 나중에 이 점을 인정했습니다. 장난감과 프라모델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건담 프랜차이즈에서 '로봇이 필요 없다'는 메시지는 상업적으로 치명적이었습니다(출처: 건담 공식).
결국 각본은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퀘스와 나나이의 역할이 바뀌었고, 그라브 로아는 규네이 거스로 대체되었으며, 히로인도 벨토치카에서 첸 아기로 변경되었습니다. 제가 볼 때 이 과정에서 원작 소설이 가진 인간 진화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상당 부분 희석되었고, 대신 로봇 액션과 전쟁 드라마가 강화된 것 같습니다.
하이뉴 건담과 뉴건담의 설정 차이
많은 분들이 하이뉴 건담을 단순히 '뉴건담의 강화형'으로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합니다. 제가 직접 설정집들을 찾아보니 시대에 따라 해석이 계속 바뀌어왔더군요.
초기에 하이뉴와 나이팅게일은 4세대 파워 인플레이션 MS로 기획되었습니다. ZZ 시대의 더욱 강화된 기체들이라는 설정이었죠. 하지만 극장판을 만들면서 논의가 달라졌습니다. '어른으로 완성된 최강의 파일럿 아무로라면 어떤 기체를 탈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뉴건담에는 '기본기에 충실한 2세대 MS로의 회귀'라는 설정이 붙었습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마지막 액시즈 밀어내기 장면 때문입니다. 최신예 슈퍼 로봇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기체로 기적을 일으켰다는 점이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오거든요. 2007년 MG Ver.Ka가 나오면서 하이뉴의 설정은 다시 정리되었는데, '뉴건담의 발전형'이라는 설정은 사라지고 윙 제로와 윙 제로 커스텀처럼 '모양과 기능이 다른 동일 기체의 다른 버전'으로 재해석되었습니다.
- 핀 판넬: 하이뉴는 재충전 및 회수가 가능하며, 각 랙에 3개씩 장착되어 제어력이 뛰어납니다
- 내장 화기: 오른팔에 기관총(Ver.Ka는 개틀링건)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 하이퍼 메가 빔 런처: 라 카이람 엔진에 직접 연결되는 전함급 파괴 무기입니다
- 핀 판넬 배리어: 뉴건담에서는 즉흥적이었지만 하이뉴에서는 정식 기능입니다
솔직히 저는 하이뉴가 뉴건담보다 무장면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핀 판넬 재충전 시스템은 실전에서 엄청난 이점이죠. 다만 작중 행적을 보면 하이뉴는 사자비와의 전투에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뉴건담이 사자비를 우위에서 이긴 것과 달리, 하이뉴는 뒤에서 빔 사벨을 맞을 뻔한 위기도 있었으니까요.
디자인 논란과 여러 버전의 탄생
하이뉴 건담은 디자인 버전이 정말 많습니다. 이즈부치 유타카의 소설 원작 버전, 카토키 하지메의 Ver.Ka, 타키가와 교시의 RG 버전까지, 각각 디테일이 상당히 다릅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 생긴 건 하이뉴가 오랫동안 비공식 기체로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1988년 카이요도에서 나이팅게일이 먼저 상업화되면서 인기를 얻자, 그 대척점인 하이뉴 건담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1991년 이즈부치 유타카가 '하이뉴 건담'이라는 이름과 형식 번호 RX-93-ν2를 부여했지만, 선라이즈와 반다이의 공식 승인은 한참 뒤인 2007년 MG 발매 때까지 없었습니다. 거의 15년간 팬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환상의 기체'였던 셈이죠.
2007년 카토키 하지메가 MG Ver.Ka 작업을 맡으면서 이즈부치의 원안을 대폭 재해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철학을 놓고 논란이 생겼습니다. 카토키의 해석이 너무 대담하다는 의견과, 상품화를 위해 필요한 변경이었다는 의견이 맞섰죠. 제 경험상 Ver.Ka는 데칼 작업이 정말 까다롭고 관절 지탱력 문제도 있어서 초보자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2021년 RG는 타키가와 교시 디자인을 기반으로 이즈부치의 내부 작동 방식을 반영한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봤을 때 RG는 기존 문제점들을 상당히 해결했고, 기술 발전을 실감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정적인 자세 유지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세 버전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RG를 추천합니다.
Hi-S 건담이라는 잃어버린 이름
하이뉴 건담의 원래 이름은 사실 'Hi-S 건담'이었습니다. 이 이름의 유래가 흥미롭습니다. 샤아의 영문 표기를 토미노 감독이 실수로 'Char' 대신 'Shar'로 쓴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S'를 따온 것이죠. '샤아가 만든 건담'이라는 초기 컨셉을 담은 이름이었습니다.
오피셜 레코드 설정집에 따르면 Hi-S 건담은 원래 지온 타입의 기체로, 샤아가 아무로를 위해 제작한 건담이라는 구상이 있었습니다. 나가노 마모루가 초기 디자인을 담당했지만 반다이의 압력으로 하차했고, 이즈부치 유타카가 뒤를 이어받으면서 Hi-S는 Hi-ν로 바뀌었습니다. 지온 기체라는 콘셉트도 이때 사라졌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극장판 설정에서도 뉴건담의 사이코 프레임은 샤아가 제공한 것입니다. 애너하임 기술자들을 통해 유출시켰죠. 소설 '벨토치카 칠드런'에서는 더 직접적입니다. 샤아가 의도적으로 파손된 사이코 도가를 남겨두고, 아무로가 이를 회수해 하이뉴 건담에 장착합니다. 공식 기록서에는 '샤아가 아무로를 꾀어 S 건담을 만들게 했다'고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샤아가 직접 건담을 만들었다는 초기 설정도 나름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아무로가 자신의 이상을 반영한 기체로 샤아를 이겼다'는 설정이 더 드라마틱하다는 의견에도 공감합니다. 지온풍 건담은 많은 팬들의 로망이었고, 실제로 신 제온 건담이나 건담 린드불름 같은 디자인들이 나중에 등장한 것도 그런 수요를 반영한 거겠죠.
저는 마지막 아무로와 샤아의 최후에 관해서는 벨토치카 칠드런 버전이 가장 깔끔하고 장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이뉴 건담과 나이팅게일에 자연스럽게 호감이 갑니다. 하이뉴가 주는 화려하지만 깔끔하고 어딘가 아련한 색감, 나이팅게일의 대담하고 웅장한 느낌이 두 인물의 마지막 싸움을 더 신화적으로 그려내는 것 같습니다. 극장판에서는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끝나지만, 소설에서는 다음 세대에 무언가를 남기고자 하는 두 사람의 의지로 싸움이 끝맺음됩니다. 샤아의 최후도 훨씬 더 깔끔했고, 뭐라도 남는 결말이 저한테는 더 와닿더군요. 제대로 된 영상화가 언젠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hwZUsjtQk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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