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건담 재평가 (근접전 설계, 파일럿 의존도, 작중 활약)

저스티스 건담은 자프트 최초의 핵동력 모빌슈트 중 하나로, 일대일 근접전에 특화된 기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품을 여러 번 돌려보면서 느낀 건, 이 기체의 진가는 설정이 아니라 파일럿 아스란 자라가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설계 의도와 실제 활약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컸거든요.

핵동력 시대를 연 뉴트론 재머 캔슬러와 저스티스의 탄생 배경

제1차 연합-플랜트 대전이 시작되면서 플랜트는 뉴트론 재머(Neutron Jammer)를 지구 전역에 살포했습니다. 뉴트론 재머란 핵분열 반응을 무력화시키는 장치로, 이 때문에 지구 연합은 심각한 에너지 부족과 통신 마비에 시달렸습니다. 쉽게 말해 핵무기도, 핵발전소도 모두 작동이 멈춰버린 거죠.

이런 상황에서 지구 연합은 중립국 오브와 손잡고 헬리오폴리스에서 비밀리에 GAT-X 시리즈 건담을 개발했습니다. 페이즈 시프트 장갑(Phase Shift Armor)과 소형 빔 병기를 탑재한 이 건담들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기술이었습니다. 페이즈 시프트 장갑이란 전기를 흘려보내 물리적 타격을 무효화하는 특수 장갑 기술인데, 실탄 공격이 주류였던 당시 전장에서는 거의 무적에 가까웠습니다.

자프트는 스파이를 통해 이 정보를 입수하고, 스트라이크를 제외한 네 기의 건담을 강탈했습니다. 이후 자프트는 강탈한 건담 기술을 역설계해 빔 병기를 기본 장비로 탑재한 최초의 양산기 게이츠(ZGMF-600 GuAIZ)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페이즈 시프트 장갑과 빔 병기는 엄청난 전력을 소모했고, 뉴트론 재머 때문에 핵 엔진을 쓸 수 없던 당시 모든 모빌슈트는 배터리로만 움직여야 했습니다.

전환점은 유리 아말피(Yuri Amalfi)가 개발한 뉴트론 재머 캔슬러(Neutron Jammer Canceller)였습니다. 이 장치는 뉴트론 재머의 영향을 상쇄해 핵분열 반응을 다시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리 아말피는 아들 니콜이 전사한 후 패트릭 자라에게 이 설계도를 공개했고, 자프트는 즉시 핵동력 모빌슈트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게이츠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핵동력 시험기 드레드노트 건담(ZGMF-X13A Providence)이 만들어졌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스티스와 프리덤이 탄생했습니다(출처: Gundam Wiki).

근접전 특화 설계와 파툼-00의 역할

일반적으로 저스티스 건담은 '근접전에 강한 기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설정보다는 아스란의 전투 스타일 때문에 더 부각된 측면이 큽니다. 저스티스는 프리덤과 달리 일대일 교전을 상정해 설계됐고, 빠른 기동성과 변칙적인 전투 방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스티스의 가장 독특한 장비는 등 부분에 장착된 지원용 공중기동 비행체 파툼-00(Fatum-00)입니다. 파툼이란 자프트가 기존 서브 플라이트 시스템 구울(Guul)을 개량해 핵동력 기체 전용으로 만든 장비로, 대기권 내에서 무제한 비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날개를 펼치는 '하이맷 모드(HiMAT Mode)'로 전환하면 압도적인 가속력과 기동성을 발휘하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제가 시드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파툼은 양자 통신을 통해 본체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비행체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아군 기체의 서브 플라이트 시스템으로도 쓸 수 있죠. 저스티스의 무장 구성을 보면 이런 근접전 컨셉이 더 명확해집니다.

  1. 루프스 빔 라이플(Lupus Beam Rifle): 게이츠의 빔 라이플을 발전시킨 고화력 무장으로, 핵 엔진 기체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심합니다.
  2. 라케르타 빔 사벨(Lacerta Beam Saber): 허리에 두 자루 장비되며, 결합하면 암비덱스트러스 할버드(Ambidextrous Halberd) 모드로 사용 가능합니다.
  3. 라미네이트 안티 빔 실드(Laminated Anti-Beam Shield): 왼팔에 장착되며 빔 공격에 매우 강한 내성을 가집니다.
  4. 바셀 빔 부메랑(Bascule Beam Boomerang): 양쪽 어깨에 장비된 원격 조종 무기로, 드라군 시스템(DRAGOON System)과 유사하게 양자 통신으로 컨트롤됩니다.
  5. 포르티스 빔 캐논(Fortis Beam Cannon): 파툼에 장착된 주포로, 연사 속도가 빠르고 분리 상태에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이 외에도 총 10여 개의 다양한 기관포가 장비되어 있어 적기 견제나 미사일 격추에 활용됩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 이 무장들은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았고, 연사력에 치중되어 있어서 핵동력이 아니었다면 실전 투입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아스란 버프 없이는 애매했을 활약상

저스티스 건담은 프리덴과 마찬가지로 미티어(METEOR) 유닛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스란은 근접전을 선호했기 때문에 미티어의 거대 빔 소드를 적극 활용했고, 실제로 오브 해방 작전에서 핵미사일을 격추하거나 캘러미티를 격추하는 등의 활약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제네시스와 함께 자폭해 완전히 파괴됐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스티스의 작중 활약은 설정 대비 아쉬운 편입니다. 일대일 전투에 특화된 기체라고 하지만, 정작 작중에서 일대일 상황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프리덤은 일대다 전투에서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줬지만, 저스티스는 후기 GAT-X 시리즈나 프로비던스 건담과의 전투 비중이 대부분 프리덤에게 돌아갔습니다. 단독으로 네임드 기체를 격추한 이력도 사실상 전무합니다.

제가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멘델에서 키라가 크루제에게 정신공격을 당해 멘탈이 무너진 동안, 아스란이 혼자서 박카스(Babi, Orga, Clotho) 3인방과 3대1로 싸우면서 버텨낸 장면입니다. 프리덤, 버스터, 스트라이크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키라조차 고전했던 박카스 3인방을 반쯤 작살난 실드를 들고 저스티스 한 대만으로 교전한 걸 생각하면, 어디서나 무난하게 활용 가능한 만능 기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아스란이 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설정대로 이자크 줄(Yzak Joule)이 탔다면 기체 성능 대비 활약은 스펙이 아까울 정도로 적었을 거고, 뒤에서 보조하는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앞에 나섰다면 오히려 집중 타겟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죠. 아스란이라는 또 다른 주인공이 탑승했기 때문에 저스티스가 빛을 발한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설정상 무장도 애매하고 활약도 애매한, 디자인만 이쁜 기체로 남았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지스 건담처럼 비행체로 변신할 수 있는 기능이 없었던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지스의 MA(Mobile Armor) 모드 변신은 정말 멋있었거든요. 파툼이 분리되긴 하지만, 본체가 직접 변신하는 느낌은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저스티스 건담은 파일럿 의존도가 높은 기체였습니다. 근접전에 강하다는 평가도 아스란이 그렇게 운용했기 때문이지, 기체 자체의 설계만으로는 프리덤에 비해 범용성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기체라고 생각합니다. 아스란이라는 캐릭터와 함께 기억되는, 그런 기체니까요. 만약 저스티스 후속기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인피니트 저스티스보다 오리지널 저스티스의 디자인과 컨셉이 더 마음에 듭니다. 파일럿과 기체가 하나가 되는 느낌, 그게 저스티스의 진짜 매력이었으니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yK-VXAQca4
저스티스건담, 건담시드, 아스란자라, 핵동력모빌슈트, 파툼, 근접전특화, 건담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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