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건담 (황금색 변신, 석파천경권, 건프라)

어릴 적 TV에서 G건담을 처음 봤을 때, 건담이 황금빛으로 변신하며 "폭렬 갓 핑거!"를 외치던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건담이라는 작품이 전부 이런 열혈 배틀물인 줄 알았거든요. 나중에 다른 건담 시리즈를 보고 나서야 G건담이 얼마나 독특한 작품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갓 건담은 네오 재팬을 대표하는 모빌 파이터이자, 도몬 캇슈가 샤이닝 건담 이후 탑승한 후계기로, 건담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컨셉을 가진 기체 중 하나입니다.

황금색 변신의 비밀, 하이퍼 모드란 무엇인가

갓 건담의 형식 번호 GF13-017NJ II는 사실 형식 번호가 아니라 건담 파이트 등록 번호입니다. 여기서 'II'는 이번 대회에서 네오 재팬이 투입한 두 번째 주역 기체라는 의미인데, 첫 번째가 바로 샤이닝 건담이었죠. 재미있는 건, 2003년 투니버스 방영 당시 심의 문제로 '네오 재팬'이 '네오 이스트'로 바뀌었는데 기체 번호의 'NJ'는 수정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갓 건담이 샤이닝 건담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오로지 도몬 캇슈 전용기로 개발되었다는 것입니다. 미카모르 박사가 카슈 박사의 조언을 받아 샤이닝 건담의 결점을 보완했고, 바이오 컴퓨터 단계에서 샤이닝 건담의 데이터를 카피하여 노멀 모드 상태에서도 샤이닝 건담의 슈퍼 모드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기본 상태부터 이미 샤이닝 건담의 최강 모드보다 강하다는 뜻이죠.

하이퍼 모드(Hyper Mode)란 갓 건담이 가진 최종 전투 형태로, 노멀 모드와 슈퍼 모드를 뛰어넘는 출력을 발휘하는 시스템입니다. 등 뒤의 에너지 발생 장치가 전개되고 광륜이 형성되며, 중앙 장갑이 열리면서 에너지 멀티플라이어가 드러나는 연출이 인상적이죠. 저도 처음 봤을 때 "건담이 이렇게까지 변신한다고?" 싶었습니다. 이 하이퍼 모드는 동방불패의 버서커 모드와 기술적 계통이 같으며, 네오 스웨덴의 회로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기아나 고지 수행 이후 도몬이 명경지수의 경지에 도달하면서, 갓 건담은 황금색으로 변하는 특별한 상태를 보여줍니다. 이 황금색 변화는 기체 자체의 기능이 아니라 탑승자의 기술과 정신 상태에 기체가 반응한 결과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당시 이 장면을 보면서 "이게 건담이 맞나?"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건담의 본질인 '사람과 기계의 교감'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연출이었다고 봅니다.

석파천경권, 게임에서 탄생한 전설의 필살기

갓 건담의 기본 무장은 의외로 심플합니다. 발칸포, 머신 캐논, 갓 슬래시 같은 근접전형 무기와 클로가 전부죠. 하지만 하이퍼 모드 발동 시 사용 가능한 '폭렬 갓 핑거'는 정말 압권입니다. 샤이닝 핑거의 발전형 기술로, 고열에 의한 추가 데미지까지 들어가는 강력한 기술이죠.

특히 "폭렬! 갓! 핑거아아아아!" 하는 긴 발음은 성우 세키 토모카즈 씨의 애드리브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즉흥적인 연기였는데 반응이 좋아서 대본에 반영되고 연출까지 강화되었죠. 저도 어릴 때 친구들과 놀면서 이 대사를 따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엔 그냥 멋있어서 따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습니다.

원작에서는 분신 공격, 초급패왕전영탄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지만, 게임에서는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기술들도 많이 추가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석파천경권'입니다.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와 비슷하게 에너지를 모아 발사하는 기술인데, 여러 파생기까지 존재하죠. 샤이닍 건담과 함께 쓰는 협력 오의 '동맹권', 히로인 레인과 함께 발사하는 '석파 러브러브 천경권' 같은 기술들이 대표적입니다.

석파 러브러브 천경권은 처음 나왔을 때 상당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나중에 다시 보니, 이 연출이야말로 '전쟁 기체가 인간의 사랑 앞에 무너진다'는 건담의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G건담을 건담 파이트라는 '무', 동방불패와의 이야기라는 '협'을 거쳐 최종적으로 사랑과 이해로 전쟁에 맞서는 '건담'으로 완성시킨 명장면이라고 봅니다. 오글거린다는 평가는 해도, '빼면 좋았겠다'는 평가는 할 수 없는 이유죠.

갓 건담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V2 건담, 마스터 건담과 함께 단독으로 대기권 돌파가 가능한 몇 안 되는 건담이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건담은 대기권 재돌입에 별도 장비가 필요한데, 갓 건담은 자체 출력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설정이죠.

건프라 판매 부진과 뒤늦은 재평가

G건담은 사실 V건담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기존 건담 팬들이 생각하는 '건담다움'을 완전히 뒤집은 작품이었죠. 건담이 격투기를 하고, 탑승자가 쫄쫄이를 입고, 황금색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당시 팬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이게 첫 건담이라 아무 거부감 없이 재밌게 봤지만, 기존 팬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작품의 부진은 건프라 판매에도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당시 건프라의 품질은 상당히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저조해서 대량 재고로 남았죠. MG(마스터 그레이드)는 2001년에야, RG(리얼 그레이드)는 2022년에야 발매되었을 정도입니다. 다른 인기 건담들이 발매 직후 바로 MG로 나온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죠.

G건담의 판매 실적과 평가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1994년 첫 방영 당시 기존 건담 팬들의 거센 반발로 시청률 부진
  2. 건프라 판매 저조로 대량 재고 발생, 반다이의 급격한 방향 전환
  3. 2000년대 초반부터 열혈 로봇물 팬층에게 재발견되며 재평가 시작
  4. 2010년대 이후 '시대를 앞서간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컬트적 인기 확보

반다이와 선라이즈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급하게 '건담 윙'을 구원투수로 투입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윙 건담의 디자인이 원래 갓 건담 디자인 공모전에서 탈락한 기체였다는 점입니다. 당시 선정 기준으로는 부적합했지만, 다른 작품의 주역기로 재탄생한 셈이죠.

저도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재밌게 봤는데, 나중에 다른 건담 시리즈를 보고 나서야 이 작품이 얼마나 독특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마스터 아시아는 이상했지만 뭔가 멋있었고, 데빌 건담도 일반적인 건담 악역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었죠. 건담 시리즈 중 몇몇은 좀 지루한 작품도 있는데, G건담은 끝까지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어쩌면 건담의 탈을 쓴 용자물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G건담은 당시엔 괴작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이렇게 호쾌하고 유쾌할 수가 없습니다. 샤이닝 건담이 외치는 "샤이닝 핑거!"도 정말 좋았고, 갓 건담의 "폭렬 갓 핑거!"는 그 열기를 더욱 끌어올렸죠. 석파 러브러브 천경권의 연출은 여전히 버티기 어렵지만, 그게 바로 G건담의 정체성이고 건담 시리즈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 뒤늦게 재평가받는 건, 그만큼 작품이 진정성 있게 만들어졌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WSM4JvSoM
갓건담, G건담, 기동무투전G건담, 도몬캇슈, 석파천경권, 하이퍼모드, 건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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