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 건담 (원거리 화력지원, 양산형 대거, 최종 발전형)

건담 시드 초반, 자프트에 강탈당한 GAT-X 시리즈 중에서 유독 취급이 아쉬웠던 기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원거리 고화력 지원을 담당하는 버스터 건담입니다. 저는 시드를 처음 봤을 때 버스터의 화력 지원이 전투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였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작중 비중은 뱅크신으로 채워진 탓에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동료가 위험할 때나 적을 공격할 때 최상의 타이밍에 난입해서 해결사 역할을 담당했던 버스터, 과연 어떤 기체였을까요?

왜 버스터 건담은 원거리 화력 지원기로 개발됐을까?

제1차 연합 플랜트 대전에서 지구 연합은 자프트의 모빌슈트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자프트가 뉴트론 재머를 살포하자 재래식 병기는 무력화됐고, 전쟁은 플랜트의 승리로 기울었습니다. 지구 연합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브 연합 수장국과 협력하여 내추럴용 모빌슈트 계획, 즉 GAT-X 시리즈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부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페이즈 시프트 장갑(Phase Shift Armor)과 소형화 빔 병기라는 신기술이 탄생했습니다. 페이즈 시프트 장갑이란 전기를 흘려 장갑의 분자 배열을 변화시켜 실탄 공격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뜻합니다(출처: Gundam Wiki). 이를 적용한 X100번대 프레임과 최초의 건담 '듀얼'이 제작됐고, 이후 각 기체는 다양한 콘셉트로 여러 기술 시험을 위해 개발됐습니다. 스트라이크는 스트라이커 팩 교체, 블리츠는 미라주 콜로이드 은신, 이지스는 모빌아머 변형 등 각자의 특성을 갖췄습니다.

그렇다면 버스터 건담의 개발 콘셉트는 무엇이었을까요? 버스터는 원거리 고화력 사격 후방 지원을 위해 개발된 기체입니다. 듀얼에 이어 시리즈 중 두 번째로 개발됐는데, 단순한 구조와 고화력 지원 콘셉트 덕분에 우선순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거리 사격이 핵심이다 보니 적 포착 및 조준 센서와 카메라 성능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실제로 버스터는 다른 건담에 비해 긴 안테나, 고관부에 두 개의 카메라, 이마 부분에 거대한 조준 센서를 장비했습니다. 이마 센서는 전투 시 매우 중요했기에 화선 대비용 덮개까지 부착됐습니다. 발전된 센서류 덕분에 후방에서 적을 정확히 조준하여 강력한 화력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버스터 건담의 주 무장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책은?

버스터는 두 개의 대형 주 무장을 탑재했습니다. 좌측에는 94mm 고에너지 집속 화선 라이플, 우측에는 350mm 건런처가 장착됐습니다. 집속 화선 라이플은 다른 GAT-X 시리즈 빔 라이플보다 훨씬 큰 구경을 자랑하며, 전함 함포에 버금가는 위력을 보유했습니다. 고화력 저격용이지만 화력을 조절하면 연사도 가능했습니다. 건런처는 실탄 병기임에도 페이즈 시프트 장갑이 적용된 전함에도 피해를 줄 수 있었고, 산탄을 사용하면 넓은 범위를 사격할 수 있었습니다. 작중에서 탄약 부족 묘사가 없을 만큼 잔탄량도 풍부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화력 병기를 탑재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거운 무게, 엄청난 반동, 에너지 부족이라는 세 가지 난관이었습니다. 당시 건담들의 무장은 다른 모빌슈트의 무장보다 출력과 반동이 상당했는데, 예를 들어 아스트레이 골드 프레임이 게이볼그를 사용했을 때 오른팔이 절단될 정도였습니다. 버스터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허리에 백팩과 연결된 고정식 암을 장착했습니다. 고정식 암은 무장을 고정하고 반동을 제어하며 무장을 유동적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둘째, 메인 배터리 외에 무릎, 백팩, 무장에 총 다섯 개의 예비 배터리를 추가로 탑재했습니다. 특히 무장 내부에 독립 에너지 팩을 내장한 기술은 당시로서는 매우 선진적이었습니다. 시드 초반 시점에는 대부분의 빔 병기 모빌슈트가 본체 메인 배터리에서 에너지를 끌어왔고, 이후 기술이 발전해도 핵 엔진이 아닌 기체는 화력 투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부 시점에서야 자프트가 양산기 자쿠 워리어 무장에 독립 에너지 팩을 부착해 문제를 해결했으니, 버스터의 무장 운용 방식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셈입니다.

충분한 에너지와 고정식 암의 유동적 이동을 이용해 버스터는 두 고화력 무장을 결합한 형태로도 운용할 수 있었습니다. 고에너지 집속 화선 라이플과 건런처를 앞뒤로 결합하면 대장갑 산탄포 또는 초고 임펄스 장거리 저격 라이플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결합 형태는 각 무장 내장 배터리에서 에너지를 한 번에 끌어와 기본 형태보다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습니다. 대장갑 산탄포는 사거리가 짧지만 넓은 범위에 피해를 주며, 발사된 탄들은 전함을 관통할 정도의 위력을 지녔습니다. 초고 임펄스 장거리 저격 라이플은 먼 거리 저격이 가능했으며, GAT-X 시리즈 무장 중 가장 뛰어난 화력으로 아가론급 항공모함을 정면에서 관통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리마스터에서 결합 빔포를 쏘면서 휘두르는 장면이 지나가듯이 추가된 게 기억에 남는데, 아그니급 화력의 빔포를 쏘면서 휘두를 수 있다니 사실 더블오 시리즈급 화력인 셈입니다. 첫 방영 때 이런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면 화력 하나는 확실하게 인상을 남겼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합 무장은 강력한 화력만큼 총신에 많은 부담을 주어 빠른 연사는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버스터는 GAT-X 시리즈가 양산기 프로토타입 성격이 강했던 만큼 특정 부분 외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원거리 무장 시험에 집중하다 보니 근거리 무장과 실드를 미탑재했고, 무장 및 예비 배터리 무게로 GAT-X 시리즈 중 가장 무거운 84.2톤을 기록했습니다. 듀얼보다 20톤 가까이 무거워 근접 전투 민첩성에서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개발진도 이 문제를 인식하여 스트라이크의 대함도 그랜드 슬램 장비를 고려했으나, 건담 탈취 사건으로 무산됐습니다.

헤드 유닛에 조준용 센서가 집중 배치되다 보니 공간이 부족해, 다른 건담들이 장비한 75mm 헤드 발칸 이겔슈테른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근거리 방어 및 견제에 매우 약해 전투기나 모빌아머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겔슈테른 대체로 양쪽 어깨에 220mm 유도탄 미사일 포드를 탑재했습니다. 미사일 포드는 미사일 또는 적기 요격용으로 최소한의 근접 방어에 사용됐습니다. 유도 능력은 없었지만 파괴력이 훌륭하여 공격에도 활용됐습니다. 탄두가 내장되어 유폭 가능성이 있었기에 어깨에 추가 장갑재를 부착했습니다.

버스터 대거와 최종 발전형 라이트닝 버스터까지, 버스터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버스터 건담은 자프트의 건담 탈취 작전에서 노획되어 디아카 엘스먼에게 배정됐습니다. 디아카는 후방 지원 기체임에도 호전적인 기질로 전면에 나서 활약했으나, 전투신 대부분이 뱅크신으로 채워져 비중이 적었습니다. 무우 라 프라가와의 전투 중 가동 불능이 되어 디아카와 함께 투항했고, 탈취된 건담 중 유일하게 연합 소속으로 복귀했습니다. 디아카는 포로 생활 중 반항적이었으나, 밀리아리아 사건 이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전쟁에 대한 생각을 바꿨습니다. 석방 후 아크엔젤로 복귀하여 삼척 동맹 소속으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버스터는 작중 비중이 적고 전투신이 뱅크신으로 채워져 취급이 좋지 않았습니다. 밀리터리풍 고화력 사격 특성에도 불구하고 임팩트가 부족해 시드 건프라 중 판매량이 가장 저조했습니다. 프라모델 악성 재고가 발생하자 제작진은 디아카 전향을 기점으로 버스터 비중을 늘려 후반부에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제 생각에는 버스터가 스트라이크에서 프리덤으로 바뀌듯이 오브에서 베르데 버스터로 업그레이드되어 아크엔젤을 도왔다면 정말 지렸을 텐데, 조연 취급이라 어쩔 수 없이 그냥 버스터로 계속 이어간 게 안타까웠습니다.

지구 연합은 건담 탈취 사건에 분노하여 대서양 연방 독자 개발로 세 기의 후기 GAT-X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버스터의 후계기로 개발된 기체가 켈러미티 건담입니다. 원래 스트라이크처럼 장비를 교체하는 콘셉트였으나, 다른 후기 건담들의 접근전 능력이 출중하여 버스터 데이터를 참고해 장거리 폭격용 기체로 우선 제작됐습니다. 125mm 이연장 빔 캐논 슐라크, 580mm 복렬 위상포 스킬라, 337mm 플라즈마 바주카 토데스 블록 등 고화력 무장을 장비했습니다. 피격 시에만 발동하는 트랜스페이스 장갑(Trans-Phase Armor)으로 에너지 효율이 훌륭하여 심각한 에너지 문제를 겪지 않았습니다. 트랜스페이스 장갑이란 평소에는 일반 장갑처럼 작동하다가 피격 순간에만 페이즈 시프트 장갑 기능이 발동하는 개량형 장갑을 뜻합니다. 켈러미티를 포함한 후기 건담들은 기존 단점을 보완하여 핵동력 기체를 압도할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지구 연합은 1차 연합 플랜트 대전 후반부터 모빌슈트 운용을 시작했고, 2년간 관련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습니다. 아크엔젤에 저장된 데이터를 이용해 스트라이크 대거, 롱 대거 등 건담 양산형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105 대거를 베이스로 제작된 버스터의 양산기가 버스터 대거입니다. 지구 연합은 스트라이크를 베이스로 105 대거를 개발할 때 다른 건담 특성을 스트라이커 팩으로 구현하려 했습니다. 버스터 스트라이커 개발도 예정됐으나, 105 대거의 높은 단가와 스트라이커 팩 교체만으로 버스터 수준의 폭격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개발이 취소됐습니다. 대신 버스터와 거의 동일한 백팩을 부착한 버스터 대거를 제작했습니다.

버스터 대거는 94mm 고에너지 라이플, 350mm 건런처, 3연장 미사일 포드 등 버스터와 유사한 무장을 장비했습니다. 양팔 마운트에 빔 사벨 두 자루를 추가해 근접전 능력을 보완했습니다. 건런 라이플은 버스터와 마찬가지로 결합하여 고화력 장비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기체 각 부분이 빔 공격 내성을 가진 라미네이트 장갑으로 구성되어 빔 방어력이 우수했습니다. 라미네이트 장갑이란 빔 에너지를 흡수·분산하는 특수 소재로, 페이즈 시프트 장갑과 달리 에너지 소모 없이 빔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장갑을 뜻합니다. 켈러미티 무장 추가 의견도 있었으나 과도한 중량 증가와 낮은 효율로 취소됐습니다. 105 대거 생산 라인으로 양산된 버스터 대거는 코즈믹 이라 71년 88 작전에서 첫 투입됐고, 레나 아멜리아 같은 에이스 파일럿들이 탑승했습니다.

1차 연합 플랜트 대전 후 지구 연합은 모빌슈트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습니다. 병기 제조 기업 액티온 인더스트리와 협력하여 에이스 파일럿을 위한 GAT-X 시리즈 발전형 '액타이온 프로젝트'를 실시했습니다. 버스터의 발전형으로 제작된 기체가 베르데 버스터 건담입니다. 배리어블 페이즈 시프트 장갑(Variable Phase Shift Armor)으로 교체되어 에너지 효율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배리어블 페이즈 시프트 장갑이란 장갑의 강도를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필요할 때 최대 방어력을 발휘하는 개량형 장갑입니다(출처: Gundam Wiki). 대용량 에너지 팩인 파워 익스텐더를 추가 장비해 더 강한 화력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마 센서 장비 성능이 개량되어 무장 명중률이 크게 상승했고, 손상 시 치명적인 장치이므로 마스크형 장갑재가 새로 추가됐습니다. 디자인만큼은 제 생각에 베르데 버스터가 제일 멋진 것 같습니다. 라이트닝도 나쁘지 않지만 허리 빔건이 제일 별로인 부분이었습니다.

제2차 야킨 두에 공방전에서 반파된 버스터는 듀얼과 함께 회수되어 자프트 군사 요새 보아즈에 보관됐습니다. 이후 테스트 명목 아래 '라이트닝 버스터'로 개조됐습니다. 기존 배터리 시스템 대신 뉴트론 재머 캔슬러(Neutron Jammer Canceller)를 탑재해 핵 엔진 사용이 가능해졌고, 무장 구성이 대대적으로 변화했습니다. 뉴트론 재머 캔슬러란 뉴트론 재머의 효과를 무효화하여 핵분열 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이를 통해 모빌슈트에 핵 엔진을 탑재할 수 있게 됩니다. 기존 건런처와 집속 화선 라이플은 백팩과 연결된 두 문 복포신 다목포로 대체됐습니다. 다목포는 팔 아래쪽이나 어깨 위로 전개할 수 있었고, 결합 기능은 생략된 대신 각 포신에서 빔을 발사하거나 장거리 저격 특화 사격이 가능했습니다. 모든 주무장이 백팩과 직접 연결되어 무장을 손에 들 필요가 없어졌고, 허리 고정식 암은 고에너지 빔 건으로 대체됐습니다. 어깨 미사일 포드도 후방 백팩으로 이동했고, 그 자리에 추가 센서 장비가 배치됐습니다.

  1. 라이트닝 버스터의 주요 개선점 세 가지: 첫째, 핵 엔진 탑재로 에너지 문제 완전 해결. 둘째, 백팩 직결식 다목포로 무장 유연성 확보. 셋째, 센서 추가 배치로 명중률 대폭 향상.
  2. 라이트닝 버스터는 극장판 시점 자나트 쿠데타 진압 작전에 투입되어 미티어 운용 및 각종 무장 활용으로 반란군 함대를 제압하는 등 짧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3. 라이트닝 버스터는 1부 시점 버스터를 개조한 기체로, 듀얼에 이어 시드 세계관에서 두 번째로 오래 운용된 건담으로 기록됐습니다.

저는 솔직히 디자인이나 양산기로서의 적합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듀얼과 버스터 선에서 정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싸지만 기본적인 건 다 해서 표준화가 좋아 양산기로 적합한 듀얼에, 듀얼만큼 단순하고 듀얼 뒤에서 화력 지원이 적합한 버스터가 대량 양산에 그나마 적합합니다. 스트라이커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 가능하지만, 이는 곧 조작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뜻이기에 에이스 파일럿 위주 소수 지휘기가 실제 역사의 독일 중전차 부대 같은 소수 개념에 비슷합니다. 블리츠랑 이지스는 특정 상황에 특화된 병기 디자인이어서 대규모 전면전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이게 건담 만화니까 그렇지 실전 무기가 저러면 고장 빈도가 높고 군수 유지가 빡세져서 어렵습니다. 시드 1편을 다시 보고 돌아보면 2편의 임펄스는 합체, 즉 장난감 팔이용 완구에 적합하지 대량 양산에는 매우 부적합한 결함 병기에 가까워 보이더라고요.

제가 궁금한 건 건담 디자인을 할 때 현실의 2차 대전기 전함들처럼 집중방호구역 설계처럼 메인 몸통과 사지를 연결하는 연결부만 PS 장갑으로 보호하고, 파손되기 쉽지만 제작 및 교체가 용이한 팔다리나 중심에서 먼 곳의 장갑은 경량 장갑으로 해서 단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올린 설계 버전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페이즈 시프트 장갑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만큼, 핵심 부위만 집중 방호하고 나머지는 라미네이트 장갑으로 대체한다면 훨씬 효율적인 양산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HRGKhixS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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